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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enti 턱균형 연구소/턱관절의사 문형주

문원장의 턱관절 연구스토리 - 턱의 비밀이 풀리다 3편

문원장의 턱관절 연구스토리 - 턱의 비밀이 풀리다 3편

 

 

그날 내가 보 영화가 다른 것이었다면?

혹은 그 장면을 보지 못하고 잠을 자 버렸다면?

지금도 종종 그날의 기억을 되새기면 몸을 부르르 떨곤 합니다.

 

 

 

그 영화는 명작 반열에 오르는 작품과는 좀 거리가 있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였습니다.

저는 블록버스터에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놀라운 직관이 있으며 인간의 꿈과 상상이 기발한 방식으로

표현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하곤 했는데, 그날 내 고민을 날려준 영화가 바로 이런 작품이었습니다.

 

 

평소 집에서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였는데 그날따라 쇼파에 몸을 파묻고 싶었습니다.

왜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요?

바쁜 일상의 긴장을 풀고 몸과 마음을 아무렇게나 자유롭게 놓아두고 싶을 때!

어려운 문제를 풀려고 애쓸수록 잘 되지 않아서 "에라 모르겠다!"하면서 자기를 내려놓고 싶을 때!

 

쇼파에 몸을 맡긴 채로 느긋하게 TV를 보던 그때 [스파이더맨]이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악당과 싸우면서 뉴욕의 평화를 위해 숲을 날아다니는 피터 파커를

무심히 보다가 순간 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영감은 그렇게 찾아왔습니다.

내 안의 간절한 물음과 영화의 명장면이 만나는 그때,  짧은 순간에 황홀한 스파크가 일어났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아담의 창조]에서 표현하고 싶었던것도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니였을까요?

하늘의 천사들과 함께 아담을 향해 손가락을 뻗고 있는 하느님,

막 집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한 표정의 아담이 그 손가락을 향해 자신의 손가락을 뻗는 순간!

닿을 듯한 거리의 두 손가락 사이에서 일어나는 강력한 예술적 스파크!

성서에 따르면 흙으로 만든 사람에게 생기가 전해지는 바로 그런 순간처럼 내게도 그 순간 무언가가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바로 스파이더맨이 거꾸로 매달려 여주인공과 키스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스파이더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거미가면이 딱 코까지만 올라간 상태에서 여주인공과 나누는 키스,

옆에 있던 딸이 저 장면이 [스파이더맨]의 명장면이며 찬사를 보내고 있을 때,

내 눈은 스파이더맨의 유니폼에 홀린 듯 고정돼 있었습니다.

 

 

 
"그냥 날아다닐 때는 몰랐는데 저렇게 턱만 살짝 보일 정도로 벗으니까 눈에 확 뜨이네."

"그죠? 토비 맥과이어 귀엽죠?"

"귀엽네.... 아니, 고맙네."

"어쩐 일이세요? 이런 영화 안 좋아하셨잖아요?"

"앞으로 영화 좋아해야겠다."

"네?"

 

 

저를 감동시킨 우리의 영웅 스파이더맨의 유니폼을 자세히 살펴봅시다.

 

 

 

 

 

 

라텍스 계열로 만든 저렴해 보이는 영웅의 옷,

온통 빨간 색, 파란색의 원색으로 도색한 약간 촌스러운 색감, 그리고 온몸을 가로 세로로 지나가는 수많은 거미줄!

그 거미줄은 몸을 따라 올라가면서 턱에 와서 모이고, 스파이더맨은 복면을 살짝 벗어 여주인공과 키스를 합니다.

턱만 살짝 보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난 강렬한 뭔가를 깨달았습니다.

 

몸은 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파이더맨의 유니폼처럼 온몸의 신경과 근육은 턱으로 몰려 있는게 아닐까요?

물론 모든 근육과 신경이 턱에 몰려 있는 건 아니지만 그에 상응할 만한 뭔가가가 있다,

'턱과 몸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입니다!

 

 

 

어린 시절 시골집 처마에 걸려 있던 거미줄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나를 아득한 기억의 창고 속으로 안내했습니다.

내 기억의 창고 속에 저장되어 있던 거미줄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술술 풀려나왔죠.

 

 

 

 

 

 

 

 

거미는 거미줄을 치고 나서 몸을 감춘다.

그러고는 먹이가 거미줄에 걸리길 느긋하게 기다린다.

그러다가 먹이가 걸리면 재빨리 나타나 이 먹이를 거미줄로 돌돌 말아버린다.

이때 거미는 먹이가 거미줄에 걸린 걸 어떻게 알았을까? 어떻게 알았을까? 어떻게...?

그때 번개처럼 나의 뇌를 때리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진동! 그래, 진동이 바로 원리였고 그것이 곧 실제였던 것입니다.

거미줄이 출렁이는 그 진동 때문에 거미가 움직인 것이었습니다.

 

"거미줄이었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가 비정형체의 부피 측정 방법을 고민하다가

목욕탕에서 그 아이디어를 찾아내고서는 "유레카!"를 외쳤을 때의 기분이 아마 이랬을 테지...,

저 역시 그 순간만큼은 알몸으로 뛰쳐나간 아르키메데스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거미줄이라는 이름이 유레카보다 촌스러울지는 몰라도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스파이더맨」을 통해 얻은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작은 진동이 온 거미줄을 울린다.

그것처럼 우리 몸도 무언가를 통해 모두 공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턱이 온몸과 공명한다면 이제껏 턱 하나만 바라보며 연구한 건 방향성이 잘못된 게 아닐까?

몸 전체를 바라본다면 해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스파이더맨2」의 감독인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인 토비 맥과이어, 여자 주인공이었던 커스틴 던스트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냈습니다.

아니, 스파이더맨의 원작자인 '마블 코믹스' 관계자들에게 감사 편지라도 보내고 싶은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