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악가의 고충
세계 3대 테너, 세기의 거장, 오페라의 제왕, 클래스 음반 판매로 기네스북 등재,
144개 배역, 3,687회의 공연, 15억 관중 시청…….
이것들은 모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가들 중 하나인 플라시도 도밍고를 수식하는 말입니다.
세계 3대 테너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세라스 중 한 명인
플라시도 도밍고가 오는 10월에 내한 공연이 있다고 하네요.
특히 이번에는 ‘빛나는 은빛 목소리’의 소유자의 마지막 내한 공연이 될 수도 있다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잠실실내체육관에 앉아서 공연을 보는 동안, 과연 플라시도 도밍고는 어떤 상태에 있을지 생각해볼까요?
그는 그 넓은 공간을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가득 메워야 합니다.
그 정도로 우렁찬 소리를 내려면 배에 힘을 주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성악가들은 모두 발성법이라는 특별한 호흡을 터득하고 있어야 합니다.
복식 호흡으로 턱 밑까지 숨을 가득 채우고, 고음과 저음에 맞춰서 근육을 구석구석 조절하는 것이지요.
즉 성악가는 자신의 몸이라는 악기를 호흡으로 세심하게 연주하는 셈입니다.
위대한 공연에 감명 받은 사람들은 그 성악가처럼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을 감동시키겠다는 꿈을 꾸게 됩니다.
병원을 찾아온 이혜미(가명) 양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고등학생인 혜미 양은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성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까지
성악과로 진학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노래를 할 때마다 머리가 아파오고, 눈이 쉽게 피로해졌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왼쪽 종아리가 걷기 힘들 만큼 통증이 심할 적도 있었습니다.
혜미 양은 이런 증세들이 막연히 연습을 열심히 해서 생긴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의 레슨을 지도하던 선생님이 한 마디 던졌습니다.
“혜미야, 너 노래할 때마다 얼굴이 틀어지는 것 같은데?”
혜미 양은 근래 들어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노래할 때마다 턱에 힘이 들어가고 덜컹댄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을 기억한 그녀는
혹시나 문제가 자신의 ‘턱’에 있는 것인가 싶어 병원을 찾게 된 것이었습니다.
혜미 양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성악을 배우는 학생들이 부쩍 턱관절 전문 병원을 방문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때껏 잘 나오던 목소리가 갑자기 잘 나지 않는다거나,
음을 약간만 높여도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다는 고민으로요.
성대에 문제가 있나 싶어 다른 병원들을 찾아보았지만,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 성악에 대한 꿈, 이대로 지는 것인가
이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성악가의 꿈을 키워왔지만,
그 꿈을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런 상황이 본인의 자질이나 의지, 노력과는 상관없이 일어났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학생들은 바로 발성의 문제, 즉 성악을 위한 호흡이 안 되는 것에 좌절감을 느끼는 상태입니다.
발성은 성악가가 되기 위해서 꼭 갖추어야 할 절대적 자질입니다.
발성이 되지 않으면 노래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성악에서 좋은 발성법은 올바른 호흡법을 바탕으로 합니다.
호흡이 안정된 상태에서 소리를 내야 후두가 자연스럽게 열리고 혀를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음역을 낼 때는 호흡을 제대로 해야 목에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소리를 낼 수 있지요.
만약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객석 저 끝까지 퍼지는 소리를 낼 수 없음은 물론이고,
목에 과도한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쨍하고 붙는 소리,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게 됩니다.
이처럼 목에 힘이 잡힌 소리는 듣는 사람까지도 긴장하게 만든다고요.
바로 그렇기에 예비 성악가들의 고민이 시작된 것입니다.
어떻게든 입과 목에 힘을 빼고 편안한 상태에서 소리를 내야 하는데,
아무리 해도 올바른 소리를 낼 수 없는 것입니다. 힘을 빼야 하는 것은 아는데,
일정 음에만 도달하면 턱에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고, 그 순간 소이 말하는 ‘삑사리’가 나고 맙니다.
이것만은 아무리 연습해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결국 ‘난 재능이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지요.
◎ 호흡법에 생명을 불어넣는 턱관절
그런데 이 호흡법은 의외의 곳에 그 해결책이 있습니다. 바로 턱이지요!
턱 관리만으로도 성악 실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어째서일까? 발성법은 성대, 폐, 횡경막, 심지어 골반 근육까지
여러 기관을 아울러서 조절해 소리를 내는 방법입니다.
일정 이상의 음높이로 올라가면 소리가 갑자기 변하거나
소리가 잘나오지 않게 되는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원인이 자신의 신체에 맞게 근육을 조절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지요.
근본적으로 소리는 성대의 진동에 의해서 생겨납니다.
처음 생겨난 소리의 싹은 두 가지의 방법을 통해 증폭되지요.
우선 근육 전체의 힘을 이용하여 흉광 속 전체 조직을 들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횡경막을 포함한 복근과 골반 및 괄약근 근육의 힘과 작용으로 복부 전체를 조여야 하고요.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생기는 몸 안의 음압을 이용하면
저절로 소리를 내기에 적절한 호흡이 이루어집니다.
발성은 횡경막 아래의 모든 근육을 조인 채 코로 호흡하는 동안에 이루어집니다.
그와 동시에 입과 턱은 호흡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증폭된 소리를 무대의 구석까지 전달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 발성법을 최고로 활용한다면 음역이 2옥타브 이상 확장되고,
고음과 저음을 넘나들기 쉬워집니다.
즉 발성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온몸의 근육,
특히 인체 근육의 중심(core)을 이루는 심부전방선의 균형이 잡혀야 합니다.
심부전방선은 발바닥에서부터 신체 중심으로 이어져서
최종적으로는 혀의 근육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심부선방선의 근육들은 인체의 신경 중추와 복강 사이에서
여러 조직기관들의 균형을 잡고 인체를 지지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만약 심부전방선에 문제가 생겨서 이러한 지지대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몸이 전반적으로 수축되면서 골반이나 척추를 붕괴시킬 수도 있습니다.
몸의 관절이나 근육이 아픈 사람들은 이 심부전방선에 문제가 있던 사람일 가능성이 많지요.
특히 성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심부전방선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요,
심부전방선은 횡경막과 연결되어 호흡의 확장과 이완을 책임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혀의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근육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턱관절이 바로 심부전방선을 지키는 경비병이라고나 할까요?
턱관절은 몸 전체의 근육들을 둘러싸고 보호하는 근막들이 모이는 신체의 기둥인 만큼,
각 근육들의 조화와 균형을 책임지는 존재입니다.
특히 몸의 중심에서 혀의 근육과 연결되어 있는 심부전방선은 턱관절의 영향을 받기 쉽습니다.
턱관절의 한쪽 디스크가 없어져 살짝 틀어지게 되면
심부전방선 역시 이상이 생길 수 있고,
그에 따라 몸 전체의 근육이 조금씩 균형을 잃으면서 동시에 호흡에 미세한 장애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 턱관절과 노래, 두 가지가 만나 생기는 감동
믿기 어려우시다면 거꾸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름난 성악가 그룹을 보면, 그들의 얼굴이 상당히 균형 잡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유명한 성악가들은 균형을 잃은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얼굴과 턱의 균형이 잡혀 있어야 남들을 사로잡을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반면 턱이 본래 있어야 할 위치에서 벗어난,
이른바 안면비대칭을 가진 사람들은 성악은커녕 호흡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 합니다.
따라서 턱관절 치료를 통해 인체 중심 근육의 균형을 유지시켜주는 게 중요합니다.
가장 기초적인 몸의 균형이 없이 호흡하는 법을 고치려고 해보았자 실력은 나아질 수가 없습니다.
고장 나서 느리게 움직이는 시계의 바늘을 아무리 고정하려고 해도,
고장의 원인을 고쳐주지 않으면 그 시계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더욱이 사람은 신체의 부품을 100여 년 동안 바꿀 수도 없이 그대로 사용해야 하지 않나요?
그러려면 근육의 작은 결점도 그냥 보아 넘겨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몸 안을 가로지르는 근육의 구조가
성악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로막을 수 있다니 신기하지 않은가요?
제가 소개한 혜미 양, 또 이후에 병원을 찾은 많은 학생들의 경우
치료가 진행되면서 턱관절이 점차 제 자리를 찾게 되어 근육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부수적으로 치열이 고르게 바뀌는 효과도 있었지요.
턱관절과 치아 교정의 효과는 심리적인 자신감으로 바로 연결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정확한 발음과 발성, 예뻐진 외모,
그리고 자신감은 성악을 가르치던 선생님들을 놀랠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위대한 성악가라고 해도 최고의 노래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는 끝이 없습니다.
자신의 과거에 멈추지 않고 혼자 연구하고 고민하고, 부르고 또 부르기 마련이지요.
수십 년 동안 발성을 연구했더라도 좀 더 나은 소리를 내기 위해 또다시 호흡을 배우곤 합니다.
이처럼 노래는 몸을 탐험하는 과정입니다. 턱관절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병을 마주하고 이를 치료하려고 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멋진 소리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노래를 위한 노력과 건강을 위한 노력이 만날 때 최고의 소리가 난다는 것을 저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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